철새들/정지원
새들이 날아가는 하늘
이것은 현실이다
뒤짚으면
금세 사라진 새들
죽은 것 같은 나
손과 발, 퉁퉁 부어 있다
살아있는 거라고 감각은 말한다
둔탁한 몸이 믿기지 않아
물기를 털 듯 손을 턴다
철새들이 오고 가는 길
비가 와서 촉촉한 길
뿌옇게 구름 덮인 하늘
새들이 날아가다 죽었을 지도 모른다
같이 죽어도 외롭지 않기에
잘 날아갔다고 바람은 말했다
곧 빗방울이 거세지겠지
벌써 고요한 호수에 도착해
울고 있을 새들
제각기 함께 울고 있을 것이다
살아있음이 함께 우는 것이라고
새들은 가을을 부유하며 논다
나는 그들의 세상에 갈 수 없다
너무 멀고 아득한 길이라
따라갈 수 없는 절망이 깊이 박혀있기 때문에
아침이 되면 다시 눈 뜨는 괴물처럼
이 흐린 삶을 어찌할 수 없겠지
나는 갓 태어난 오리새끼처럼
뒹군다 또 더러워지고 털어낼 수 없이
나약해진다
내가 나를 기억하는 것은 슬프다
아무도 기억하지 않기 때문에
분명 살아있는 거라고 나의 병은 말한다
기억이 없어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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